강동경희대병원 이석환 교수 "개발된 국내 제품 유효성 입증"
대장암 치료율을 높이려면 새로운 치료 기술의 적용뿐 아니라 조기 진단 또한 중요하다. 대장암을 초기 단계(1·2기)에서 발견 시 5년 생존율은 90%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실제 대장암 환자의 55% 가량은 주변을 침범하거나 전이된 3·4기에 발견되는 실정이다. 이런 경우 5년까지 생존하는 이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대장암 진단은 대개 분변잠혈(숨은 피)검사와 대장내시경, CT내시경 등을 통해 이뤄진다. 몇 년전부터는 이런 방식들을 보조해 분변에서 검출되는 암의 바이오마커(생체 지표)를 감지해 대장암을 조기에 찾아내는 혁신적인 체외 진단 기술이 국내외에서 급부상했다.
강동경희대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석환 교수(사진)는 2018년 대장암 진단 보조 의료기기로 처음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국내 제품(지노믹트리의 ‘얼리텍’)의 유용성을 검증하는 대한대장항문학회 연구 프로젝트를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끌어왔다. 2년여의 연구결과는 지난 5월 미국 소화기병주간(DDW)과 지난달 대장항문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돼 큰 관심을 끌었다.
이 교수는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분변에서 검출되는 대장암 생체 지표 중 얼리텍의 ‘신데칸2(SDC2) 메틸화’의 민감도(암을 암으로 진단)가 95%로, 지금까지 발굴된 바이오마커들 가운데 정확도가 가장 높다”며 “무증상인 60세 이상 등 대장암 검진 필요가 있는 사람들 대상 조기 스크리닝 검사로서 유의미성이 있는 걸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 일문일답.
-근래 대장암 발생 추이는. “국내 대장암 발생은 2012년 기점으로 점차 줄고 있지만 젊은 환자가 늘고 있다. 국제학술지 랜싯 보고에 의하면 한국의 20~40대 대장암 환자가 10만명 당 11.1명으로 세계 1위다. 젊은층 사이에 가공육과 붉은고기 소비 증가의 영향이란 분석이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 진행된 연구에 우리 병원 대장암 환자 데이터를 제공한 적 있는데, 여기에서도 50세 이전 환자가 전체의 10%를 차지했다. 그런데 현재 국가암검진 가이드라인은 50세 이후 1년마다 대장암 검진을 받으라고 권고한다. 학회는 대장암 검진 연령을 45세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상태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80세 이상 고령층 대장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암검진 상한 연령을 80세에서 85세까지로 늘리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현 대장암 검진의 문제는. “대장암은 10년여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하지만 진단에 주로 활용되는 대장내시경은 침습적인데다 장 세척 등 불편한 점 때문에 참여율이 낮다. 분변잠혈검사는 초기 대장암과 암 전단계인 용종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게 단점이다. 현재 국가 대장암검진은 1차 분변잠혈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경우 2차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게 된다. 수검률이 약 36%에 그친다. 수검자의 6%에서 잠혈검사 양성이 나오고 그들의 41%만이 대장내시경을 받고 있다. 1000명으로 시뮬레이션해 보면 360명이 잠혈검사를 받고 21명에서 양성이 나와, 그들 중 10명이 대장내시경을 통해 1명이 대장암으로 진단되는 정도다. 진단율이 0.1%다. 다만 일반 건강검진에서 대장내시경을 통한 대장암 진단율은 0.37%로 국가암검진 보다는 조금 높다. 현재 대장내시경 검사를 국가대장암검진의 1차 수단으로 하는 것에 대한 비용 효과성 연구가 진행 중이다.”
-분변 기반 대장암 분자 진단은 뭔가. “대변을 시료로 하는 대장암 체외 분자(유전자)진단 기술은 2000년부터 확립됐다. 미국의 경우 ‘콜로가드’라는 제품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몇몇 나라에 보급돼 있다. 값은 800달러로 비싸다. 얼리텍은 전 세계 두 번째로 개발됐는데, 한국 식약처 승인만 받은 상태다. 가격은 10만원 정도다. 이 제품은 대변 속에서 ‘신데칸2 메틸화’라는 암 지표를 측정해 대장암을 찾아낸다.”
-2년간의 연구 내용은. “2020년 7월~2021년 7월 국내 8개 병원에서 무증상인 60세 이상과 대장암 고위험군(대장암 가족력, 용종 절제 경험자 등) 1120명을 대상으로 얼리텍을 적용한 결과 민감도 95%, 특이도(암이 아닌 걸 아니라고 진단)는 87.8%로 분석됐다. 민감도 95%는 1120명에서 실제 대장암을 진단받은 20명 중 19명을 양성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1명만 놓치고 다 잡아낸 셈이다. 0기 및 1기 등 초기 대장암 민감도는 100%로 나타났다. 특이도도 상당히 높은 편인데, 분자 진단에서 위양성(가짜 양성)은 어느 정도 나올 수밖에 없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민감도와 특이도 모두 95% 이상 나오는 것이지만 그런 검사는 거의 있을 수 없다.”
-대장암 조기 스크린 검사로 유용한가. “대변 속 암 바이오마커는 많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 신데칸2 메틸화의 정확도가 가장 높다. 미국 제품 콜로가드의 민감도는 93% 수준이다. 얼리텍 검사로 양성이 나오면 대장내시경을 통해 조직 검사나 치료를 하면 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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